INTERVIEW · PRODUCT DESIGN · AI
AI 시대,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 강영화 인터뷰
13년차 디자이너이자 4년차 창업가 강영화님에게 AI 제품을 설계하는 법, 주니어의 전문성, 사수 없이 성장하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AI가 화면을 만들고 코드까지 짜주는 지금, 디자이너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거예요. 어렵게 익힌 도구가 몇 달 만에 낡는다면, 이제 무엇을 배워야 내 전문성이 될까요?
특히 커리어를 막 시작한 주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면 마음이 더 복잡할 수 있어요. 전에는 여러 직군이 함께 만들던 결과물을 한 사람이 완성하는 장면이 늘고 있고, 사수에게 차근차근 배우는 환경은 오히려 줄고 있으니까요.
강영화님은 토스에서 4년 동안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지금은 영어 학습 서비스 Else를 만들고 있고, 최근에는 토스와 창업 현장에서 쌓은 생각을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에 담았습니다.
AI가 디자이너를 대체할지를 묻는 대신 조금 다른 질문을 나눴어요. AI가 일의 모양을 바꾸는 동안 디자이너는 무엇을 판단해야 하는지, 주니어는 이 변화를 어떻게 성장의 경험으로 바꿀 수 있는지요.
이 글은 46분 51초 분량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질문과 답변을 읽기 좋게 다듬었습니다.
AI가 디자이너의 실무를 바꾼 결정적 순간은 언제였을까?

Q. AI가 정말 실무를 바꾸겠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클로드 코드를 처음 썼을 때였어요. 원래 저희 팀도 AI를 많이 쓰고 있었고, 사주 앱을 만들 때도 AI를 활용했어요. 그래도 클로드 코드가 나오고 나서는 변화가 더 빨라지겠다고 느꼈어요. 자연어만으로 비개발자도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됐으니까요.
처음에는 룰렛이나 슬롯머신 같았어요. 무엇을 내놓을지 모르는데 결과가 꽤 그럴싸하고 재미있거든요. 저도 처음 나왔을 때 정말 열심히 써봤어요.
토스에서 일할 때는 20명, 30명 규모의 조직과 함께 제품을 만들었어요. 처음 들어갔을 때는 풀스택 엔지니어 열 분과 저 한 명이 같이 일했고요. 그런데 클로드 코드를 쓰니까 제가 만들고 싶은 게 있으면 혼자서도 시험해볼 수 있더라고요.
회사에서 필요한 프롬프트 어드민도 직접 만들어 썼어요. 생각한 대로 만들어볼 수 있었고 결과도 꽤 괜찮았어요. 누군가에게 요청하고 기다리기 전에 내 문제를 직접 제품으로 만들어볼 수 있다는 감각이 생겼죠. 신기했지만 조금 무섭기도 했어요.
Q. 그 경험이 지금 만들고 있는 Else로도 이어졌나요?
맞아요. 팀 전체가 미국에 갔던 적이 있는데 저희가 영어를 너무 못하는 거예요. 여러 영어 학습 서비스를 써봤지만 제 마음에 딱 드는 건 없었고요. 그래서 제가 겪고 있는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제품을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첫 번째 고객이 저였던 셈이죠.
AI라면 학습자의 맥락에 맞는 영어 학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저는 창업가이자 디자이너인데, 사람 튜터가 저처럼 일하는 사람의 맥락을 처음부터 깊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사용자가 어떤 상황에 있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따라 학습 내용을 유동적으로 바꾸는 데 AI의 가능성이 있다고 봤어요.
예전에는 정해진 커리큘럼에 맞춰 배웠다면, 앞으로는 사람마다 다른 맥락에 맞춰 커리큘럼이 움직일 수 있어요.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에게 맥락이 더 중요한 정보가 된 거죠.
AI 제품 디자인은 기존 제품 디자인과 무엇이 다를까?
Q. AI가 들어간 제품을 디자인하는 일은 무엇이 다른가요?
AI의 결과가 매번 같지 않다는 점부터 이해해야 해요.

사람들은 디자인이라고 하면 보통 예쁘게 만드는 일을 떠올려요. 그런데 UI·UX나 프로덕트 디자인은 설계에 더 가까워요. 건축과 비슷하죠. 작은 요소를 하나씩 쌓아 사용자가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설계하고, 그 경험이 잘 작동하면 사용자도 가치를 느끼고 비즈니스 성과도 생겨요.
전통적인 개발에서는 A를 넣으면 A라는 결과를 기대해요. AI는 A를 넣어도 B나 D가 나오거나, A와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어요. 그래서 결과를 어떻게 통제할지까지 제품 경험 안에서 설계해야 해요.
컨텍스트 윈도우의 한계도 있어요. 챗GPT와 오래 대화하다 보면 앞의 맥락을 놓치고 다른 방향으로 가기도 하잖아요. 사용자가 제품 안에서 그 혼란을 그대로 겪게 둘 수는 없어요. AI가 잘하는 것과 놓치는 것을 이해하고 UI·UX로 보완해야 하죠.

Q. 그렇다면 디자이너도 컨텍스트 엔지니어링 같은 기술부터 배워야 할까요?
기술을 배우는 것도 중요해요. 다만 저는 구조화하는 스킬과 문제 해결력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먼저 내가 일하는 워크플로를 전부 펼쳐놓아야 해요. 그런 다음 어떤 일은 AI가 더 잘할지, 어떤 판단은 사람이 맡아야 할지를 나눠보는 거죠. 사람이 잘할 일은 내가 하고 AI가 잘할 일은 AI에게 넘겨요. 이 경계를 나누는 과정이 어렵지만 꼭 필요해요.
UI·UX 플로우도 마찬가지예요. AI에게 큰 일을 한꺼번에 맡기기보다 이해하기 쉬운 크기로 쪼개서 넘겨야 해요. AI의 비결정적인 결과를 더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일도 결국 문제를 어디까지 나누고 어떤 맥락과 판단 기준을 함께 줄지에 달려 있어요.
제품은 사람의 의사결정이 모여 만들어져요. 그 의사결정까지 AI에 한꺼번에 맡기면 평균에 가까운 결과가 나오기 쉬워요. 사람들은 그런 결과가 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걸 알아채고요.
결국 기술 이름을 많이 아는 것보다 지금 풀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AI가 맡을 수 있는 크기로 다시 만드는 힘이 더 중요해요.
누구나 제품을 만드는 시대에 디자이너는 어디에서 차이를 만들까?
Q. 누구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결과물이 비슷해지지 않을까요?
독창적인 것 자체가 언제나 큰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UI·UX에서 반복되는 문제는 이미 어느 정도 해결돼 있거든요. 중요한 건 이미 있는 해법을 우리 문제에 맞게 어떻게 해석하느냐예요.
그러려면 우리 회사가 어떤 문제를 풀려고 생겼는지 알아야 해요. 팀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기대하는 결과는 무엇인지, 나는 거기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도 알아야 하고요.
내가 맡은 태스크는 작아 보여도 거기서 파생되는 임팩트가 있어요. 그 연결을 이해해야 작은 작업도 실제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AI를 쓰는 방식도 팀의 맥락 안에서 정해져야 해요. 어떤 일을 AI에게 줄지, 팀이 에이전트와 함께 일하려면 어떤 환경이 필요한지를 같이 풀어야 하죠. 창업을 하든 회사에서 일하든 요즘 제품을 만든다는 건 그런 과정 전체에 가까워진 것 같아요.
AI 시대가 주니어 디자이너에게 기회인 이유는 무엇일까?
Q. 한 사람이 맡는 범위가 넓어진 지금, 주니어는 어떤 전문성을 만들어야 할까요?

시니어든 주니어든 요즘은 모두 어려워요. AI 때문에 자기 일의 모양이 계속 바뀌고 있거든요. 작은 팀은 작은 팀대로 어렵고, 큰 팀은 이미 만들어놓은 구조가 있어서 또 어려워요. 다 같이 빡센 시기를 보내고 있는 거죠.
그런데 저는 지금이 주니어에게 조금 더 좋은 기회일 수 있다고 봐요. 주니어는 사고가 말랑말랑하고 아직 생각이 특정한 방식에 갇혀 있지 않거든요. 저만 해도 UI·UX 문제를 푸는 관점이 어느 정도 정형화돼 있어서 그 틀을 깨기가 쉽지 않아요.
주니어는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더 많이 시도하고 실험해볼 수 있어요. 이제는 그 실험을 실제 결과물로 만들어볼 수 있는 도구까지 생겼고요.
Q. AI와 일하는 경험이 성장에도 도움이 될까요?
원하는 결과를 설명하고, 결과가 충분한지 판단하고, 다시 방향을 잡아주는 일을 일찍 반복하게 된다는 점이 커요.
보통 주니어가 시니어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디렉팅 경험이 필요해요. 그런데 요즘 주니어는 에이전트나 LLM으로 만든 봇을 디렉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여 있어요. 예전에는 경력이 쌓인 뒤에야 경험하던 시니어의 관점을 더 일찍 연습할 수 있는 셈이죠.
물론 이 직업들이 언제까지 지금 모습 그대로 남아 있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막연히 괜찮을 거라고 말하기보다 이 변화에서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기회가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며 배우는 편이 필요해요. 그렇게 움직이다 보면 지금은 보이지 않는 방법과 기회를 만날 수 있다고 봐요.
사수 없는 주니어 디자이너는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Q. 사수가 없거나 충분히 도움받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요?
내가 더 잘 배울 수 있는 학습 시스템부터 만들어야 해요.
사수가 없거나 좋은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정말 많죠. 팀이 작아질수록 더 당연한 일이 될 수도 있고요. 그럴 때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학습해야 더 잘 실행할 수 있고, 실행의 퀄리티에 따라 다음 커리어가 달라진다고 봐요. 결국 실행의 퀄리티는 학습의 퀄리티에서 나오거든요.
혼자 있더라도 어떻게 하면 더 잘 배울 수 있을지를 계속 생각해야 해요. 내 학습 시스템을 만들고 주변 환경도 그렇게 세팅하는 거죠. 내가 계속 배워갈 거라는 마음을 갖는 것도 그 환경의 일부고요.
자료를 읽는 데서 끝내지 않고 작은 제품이나 업무 개선으로 만들어보는 것도 중요해요.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아야 학습과 실행이 이어져요.
AI 시대에도 사람과 커뮤니티에서 배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Q. 영화님이 생각하는 좋은 커뮤니티는 어떤 곳인가요?
배우는 데서 끝나지 않고 학습과 실행이 이어지는 곳이에요.
팀이 작아질수록 각자가 바다 위에 떠 있는 돛단배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각자 본 것과 시행착오를 나누면서 다음에 어디로 가면 좋을지를 함께 찾아야 하죠.
요즘은 주니어 디자이너끼리 제품을 만들고 바이브 코딩으로 실제 출시까지 해보는 커뮤니티가 있어요. 디지털 제품을 만드는 일과 가장 가까운 형태의 사이드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요. 직접 만들어봐야 업무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더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되거든요.
한 커뮤니티에서는 디자이너가 개발을 배워 바이브 코딩으로 HTML을 직접 만들고, 핸드오프 방식까지 바꾼 과정을 공유했어요. 실제 결과물과 시행착오를 들을 때 얻는 인사이트는 확실히 달라요.
좋은 사람을 발견하면 그 사람 곁에서 배우는 것도 좋아요. 인스타그램이나 링크드인,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관심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고요. 괜찮은 커뮤니티가 없다면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어요.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도 하나의 제품이나 사업을 만드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Q. AI가 많은 지식을 알려주는 시대에도 선배나 동료에게 배울 필요가 있을까요?
좋은 제품을 만들려면 경험이 필요해요. 사람을 만나면 그 경험을 더 적은 비용으로 배울 수 있다는 강점이 있어요.
샌프란시스코의 창업가들이 해커 하우스에 모여 사는 이유도 비슷하다고 봐요. 서로 연결되면서 배우는 것과 거기서 생기는 네트워크 효과가 크다는 걸 아는 거죠. 기회가 언제, 어떤 사람을 통해 올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다만 누군가가 잘 가르쳐주기만 기다려서는 얻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나에게 어떤 지식이 필요한지, 왜 배우려는지, 내 문제에 어떻게 써볼지를 배우는 사람도 생각해야 해요. 이것도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는 일의 일부라고 봐요.
Q. 영화님에게 지식공유 활동은 어떤 의미였나요?

토스를 나온 뒤 제 경험을 어떻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바꿀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어요. 지식공유 활동이 그 생각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됐고요.
2024년에 부트캠프 강의안을 바탕으로 첫 강의를 만들었는데, 그 내용이 다시 정리돼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로 이어졌어요. 생각을 기록하고 강의로 만들면서 저를 알릴 수 있었고, 경험이 도움이 됐다는 피드백이 다시 다른 경험과 기회로 연결됐죠.
예전에 인프런 코칭에서 만난 분과 비슷한 고민을 하던 주니어 한 분을 연결해드린 적도 있어요. 두 분이 함께 있는 자리를 만든 적은 없었는데 2~3년 뒤 다시 보니 같이 디자이너 커뮤니티를 만들었더라고요.
한 번의 연결이 다른 연결로 이어지고, 그 연결이 다시 업계의 무언가로 확장되는 장면이 좋았어요. 지식공유가 제 경험을 정리하는 일인 동시에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느꼈죠.
바이브 코딩 시대에 왜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관점이 필요할까?
Q.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는 어떤 분이 읽으면 좋을까요?

디자이너만을 위한 책은 아니에요. 토스에서 들었던 PO 세션의 내용도 많이 담았고,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제 언어로 해석해보려고 했어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바이브 코딩 덕분에 이제 정말 다양한 사람이 제품을 만들어요. 하지만 누구나 만들 수 있게 됐다고 해서 좋은 제품이 저절로 나오는 건 아니에요.
사용자의 문제를 이해하고, 여러 선택지 가운데 무엇이 더 나은지 판단하고, 결과가 실제 경험과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게 설계해야 해요. 지금은 직함과 관계없이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모자를 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강영화님이 말하는 전문성은 특정 도구의 이름으로 남지 않았어요. 문제를 나누고, AI의 결과를 판단하고, 혼자 배우는 환경을 바꾸고, 다른 사람과 경험을 나누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도구는 계속 바뀌겠지만 오늘 맡은 일에서 무엇을 내가 판단하고 무엇을 AI에게 맡길지는 지금 바로 연습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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