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삼코치님.
진로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자 메시지 드립니다.
저는 99년생(28세) 오은찬입니다. 현재 졸업 시점과 학벌, 그리고 직무 전문성 사이에서 어떤 선택이 장기적으로 더 유리할지 고민하고 있어 이렇게 연락드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네덜란드에서 약 2년 반 동안 화학공학과로 유학한 뒤 귀국하여, 6개월 전 강남대학교 전자공학과로 편입했고 현재 한 학기를 마친 상태입니다. 계절학기까지 완료하여 현재 7과목 수강을 했고 학점 4.14입니다. 이번 편입 시즌에 경북대학교 전자공학부 합격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데, 만약 경북대로 이동하게 될 경우 현재 학교에서 졸업하는 것보다 졸업 시점이 약 6개월 정도 늦어지게 됩니다.
제 목표 직무는 하드웨어 회로 설계(PCB)를 중심으로, 디지털 설계를 보조적으로 가져가는 방향입니다. 현재는 강남대에서 실력 있는 교수님 지도 아래 학부연구생으로 활동하며, 교수님이 설계하신 회로를 분석하고 구현하는 과정을 통해 실무 감각을 익히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더 규모 있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는 상황입니다. 학부 졸업 이후에는 취업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대학원 진학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드웨어 설계 직무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28살이라는 나이에서 6개월의 졸업 지연을 감수하더라도 전자공학 분야에서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강한 경북대학교 타이틀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메리트가 될지, 아니면 학벌보다는 현재 지도 교수님 아래에서 실무 경험을 연속적으로 쌓고 프로젝트를 완수한 뒤 6개월이라도 더 빨리 사회에 진출하는 선택이 더 합리적일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실무적인 관점에서 조언을 주신다면 제 진로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답변 남겨드립니다.
지금 상황을 아주 실무적으로 해석하면, 선택지는 “학교 타이틀을 6개월 늦게 확보하되, 그 6개월 동안 무엇을 얼마나 더 강하게 쌓을 수 있느냐” 대 “지금 지도교수님 아래에서 연속성 있게 프로젝트를 끝까지 완주해서, 더 빠르게 채용 시장에서 ‘즉시 전력’으로 보이느냐”의 싸움입니다. PCB 기반 HW 설계 직무는 다른 직무 대비 학벌 프리미엄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최종 합격을 갈라놓는 요소는 대체로 포트폴리오의 질, 디버깅 경험의 깊이, 문서화 수준, 그리고 면접에서 설계를 수치로 설명하는 능력입니다. 그래서 저는 원칙적으로 “6개월의 지연이 타이틀 자체로만 보상되는가”가 아니라 “6개월 지연이 결과물의 레벨을 한 단계 올리는가”로 판단하시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먼저 6개월이라는 시간의 비용을 정량으로 잡아보면, 신입 초봉을 보수적으로 연 3,500만~4,500만원으로 놓을 때 6개월 기회비용은 대략 1,750만~2,250만원 수준입니다. 여기에 채용 사이클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6개월 늦게 졸업’이 ‘채용 시즌을 한 번 놓침’으로 연결될 때 비용이 6개월이 아니라 9~12개월까지 늘어나는 케이스가 생깁니다. 반대로 졸업이 6개월 늦어져도 그 사이에 학부연구생 실적이 확실히 쌓이고, 산학/인턴/추천 연결이 강해져서 서류와 면접 통과 확률이 올라가면 기대값이 뒤집히기도 합니다. 기대값 관점으로 쓰면 E = P_offer * Value_offer - Cost_delay인데, 여기서 P_offer가 학교 타이틀로 5%p 오르는 정도인지, 프로젝트 완주와 실무형 산출물로 20%p 오르는 정도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PCB HW 설계 기준으로 “학교 타이틀이 실제로 유리하게 작동하는 지점”은 꽤 구체적입니다. 첫째, 특정 회사의 서류 필터가 학교/전공을 강하게 보는 경우입니다. 둘째, 연구실-산학-현업 네트워크로 인턴, 현장실습, 캡스톤 과제가 더 큰 규모로 열리는 경우입니다. 셋째, 실험 장비와 인프라(오실로스코프, 스펙트럼 분석기, VNA, 챔버, EMI 프리컴플라이언스 환경 등)를 더 자주 쓰면서 “측정 기반의 설계 개선” 경험을 만들 수 있는 경우입니다. 경북대는 전자/반도체/임베디드 생태계가 크기 때문에 이런 기회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그 자체는 분명 장점입니다. 다만 이 장점이 현실에서 효력을 가지려면 “그 학교에 가서 어떤 랩에서 어떤 결과물을 언제까지 뽑을 것인지”가 이미 어느 정도 그려져 있어야 합니다. 타이틀만 바뀌고 본인이 하던 프로젝트가 끊기거나, 새 환경 적응으로 1학기 이상 공백이 생기면, PCB 직무에서는 그 공백이 오히려 면접에서 약점이 됩니다.
반대로 지금 강남대에서 지도교수님 아래 학부연구생으로 ‘회로 분석→구현→디버깅’을 연속으로 하고 계신 점은, PCB 직무에서 굉장히 강한 카드입니다. 특히 “교수님 설계 회로를 분석하고 구현한다”는 건 단순 과제 수준이 아니라, 이미 누군가의 설계를 리뷰하고 재현하는 경험이라서 실무에 아주 가깝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그 경험이 면접에서 통하는 형태로 포장되려면 반드시 산출물이 남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STM32 보드 설계함”이 아니라, 전원 트리 구조를 왜 그렇게 잡았는지, 부하 전류를 어떻게 산정했는지, 레귤레이터 열손실을 어떻게 계산했고 실제 측정은 어땠는지, 노이즈가 생겼을 때 어떤 가설을 세우고 어떤 측정으로 반증/검증했는지까지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LDO를 썼다면 P_loss = (Vin - Vout) * Iout로 손실을 계산하고, 보드에서 실제 온도 상승이 어느 정도였는지(예: 열화상/온도센서로 10~20C 상승 확인), 리플이 요구조건(예: 3.3V 레일 리플 20mVpp 이하)을 만족하는지(오실로스코프로 대역폭 제한 걸고 10mV/div에서 측정) 같은 식으로 수치가 붙으면, 학교 타이틀을 상당 부분 상쇄하고도 남습니다.
따라서 의사결정은 “경북대로 옮겼을 때, 지금 하고 있는 연속적 프로젝트 경험이 끊기지 않거나 오히려 레벨업되는가”가 1번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제가 가장 추천하는 판단 기준은 아주 간단합니다. 지금 연구실에서 6개월 안에 ‘완성품 수준의 보드 1개’를 끝까지 가져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물을 기반으로 자기소개서 한 문단과 면접 10분 설명을 만들 수 있는지입니다. 가능하다면, 빠른 졸업 + 완주 프로젝트 조합이 PCB 취업에는 매우 강합니다. 반대로 지금 프로젝트가 “분석 위주로 남고, 본인이 설계 의사결정을 주도해본 경험이 제한적이며, 앞으로도 주도권을 얻기 어렵다”면, 경북대로 옮겨서 더 큰 인프라와 더 다양한 프로젝트 풀에 들어가는 편이 장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습니다.
현업 면접에서 실제로 먹히는 스토리를 예로 들어드리면, 두 갈래가 있습니다. 한 갈래는 “리스크를 관리하며 설계를 완주한 사람”입니다. 예를 들어 4레이어 보드에서 Ethernet PHY와 ADC를 함께 넣었다고 하면, 레이어 스택업을 어떻게 잡았는지, 고속 신호의 리턴패스를 GND plane 연속성으로 어떻게 보장했는지, 아날로그 입력 근처에 어떤 RC 필터를 넣었고 fc = 1/(2piR*C)로 어떤 대역을 컷했는지, EMI 이슈를 가정하고 어떤 페라이트/TVS를 어디에 배치했는지 같은 얘기가 나옵니다. 다른 갈래는 “디버깅으로 성능을 개선한 사람”입니다. 예를 들어 ADC 노이즈가 4 LSB 수준으로 튀던 것이 그라운드/배치/필터 변경 후 1 LSB로 줄었다, 이더넷 링크가 간헐적으로 다운되던 문제가 리턴패스 단절과 공통모드 노이즈로 추정되어 커먼모드 초크와 레이아웃 개선으로 재현 빈도가 0으로 갔다 같은 식입니다. 이 두 갈래는 학교 이름보다 강하게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 28세에 대한 걱정은, PCB 설계에서는 “나이 자체”보다 “신입인데도 설계/검증 루틴이 잡혀있느냐”로 평가가 갈립니다. 오히려 28세는 “목표가 분명하고 학습 속도가 빠르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는데, 그 인상을 만들려면 이력서에 학점보다 산출물이 먼저 보여야 합니다. 저는 어느 쪽을 선택하시든, 다음과 같은 형태의 결과물을 갖추는 쪽이 승률이 높다고 봅니다. 회로도와 거버만 나열하지 마시고, 요구사항 1페이지, 블록다이어그램 1페이지, 전원 예산표 1페이지, 핵심 회로(전원/클럭/리셋/ESD/인터페이스) 설계 근거 2~3페이지, 레이아웃 룰(리턴패스, 분리 기준, 임피던스 라인, 커플링 억제) 1~2페이지, bring-up 체크리스트와 측정 결과 2~3페이지 정도로 “짧은 설계 보고서”를 만드시면, 면접에서 질문이 나와도 보고서의 구조대로 설명이 됩니다. 이 한 세트가 있으면 학교 타이틀이 한 단계 약해도 충분히 싸울 수 있습니다.
제 권고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지금 교수님 아래에서 6개월 내에 ‘본인 주도 설계 의사결정이 포함된 완주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다면 빠른 졸업과 취업을 택하시는 쪽이 실무적으로 유리하고, 경북대로 이동했을 때 그보다 확실히 큰 규모의 프로젝트·인프라·네트워크로 곧바로 점프할 수 있고 지금의 연속성이 유지될 수 있다면 6개월 지연을 감수할 가치가 있습니다. 어떤 쪽이든 “6개월을 타이틀로만 쓰지 말고, 결과물 레벨업으로 쓰는가”가 핵심이고, PCB 설계에서는 그 차이가 합격을 가장 크게 만듭니다.
답글
오은찬
2026.01.16친절하고 정성스럽게 고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 됐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