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터뷰 #13]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면, 결국 팀이 됩니다" - 한국인 개발자를 영입한 스미다 모토키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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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직무와 직군 사람들의 성장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일본에서 한국인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함께 일하는 건 어떤 경험일까요?
국경과 언어의 경계를 넘어서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요즘입니다.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언제나 배울 점이 많고 귀하게 느껴지는데요. 하지만 해외에 취업한 분들의 이야기만큼이나 그 사람을 직접 채용하고, 함께 일해본 현지인의 이야기는 훨씬 더 보기 드문 경험인 것 같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일본에서 일하는 한국인 김동혁 님과 그의 일본인 상사 스미다 상의 시선을 함께 담았습니다. 국적도, 언어도, 문화도 달랐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깊은 신뢰를 쌓아왔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를 바탕으로 함께 하는 협업, 일본의 채용 기준, 그리고 두 사람의 일하는 태도까지—이 인터뷰에는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며 함께 성장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 에디터 카린🌿-
안녕하세요, 스미다 모토키입니다.
일본 오카야마현 출신이고, 1967년에 태어났습니다. 시모노세키 시립대학교 경제학부에 다녔지만 중퇴하고, 사회생활을 먼저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첫 직장은 일본 노동성(지금의 후생노동성)이었어요. 하로워크(한국의 고용센터와 비슷한 기관)에서 사람들의 구직을 돕는 일을 하며, ‘일’이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힘을 갖고 있다는 걸 가까이서 느꼈습니다. 1993년부터는 완전히 새로운 길을 선택해 IT 업계로 뛰어들었고, 개발자에서 시작해 시스템 영업, SES 비즈니스까지 다양한 역할을 경험했습니다. COBOL, C언어 같은 언어가 주력이던 시절이죠.
2004년에는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사 자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게 되었고, 이후 2008년에는 ‘아카이브’라는 회사를 창업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같은 해 부동산 회사도 함께 세웠고, 최근에는 광고와 IT 관련 기업의 외부 어드바이저로도 활동 중 입니다.
사적인 이야기로는, 복싱과 야구를 좋아하고 한국 영화도 종종 즐겨 봅니다. 그리고 제 인생의 모토는 스티브 잡스의 말, “Stay Hungry, Stay Foolish”입니다. 늘 배우고, 늘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인터뷰도 제게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이자, 배움의 기회가 될 것 같네요. 제가 걸어온 길이 누군가에게 작은 참고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Q. 어떤 계기로 한국인 엔지니어를 채용하게 되셨나요?
당시 일본 내에서는 IT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저희와 같은 중소 규모 IT 기업에서는 우수한 엔지니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었고요. 그런 배경에서, 일본 경제산업성에서도 외국인 인재 채용을 포함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저희 팀 역시 점차 외국인 엔지니어 채용을 검토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한국인 엔지니어도 그 가능성 안에 포함되었습니다.
한국은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문화적으로도 유사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일본 조직 문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주변 기업에서도 한국인 엔지니어와의 협업 경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이전에 한국인 엔지니어와 함께 일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나 팀워크 측면에서 신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일본어 문법과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언어 적응 속도가 빠르고,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는 자세가 인상 깊었습니다. 그런 점들을 바탕으로, 후보자 중 한 명이었던 김동혁 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실제 면접을 통해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 저희 팀에 잘 어울릴 분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Q. 채용 과정에서 동혁님은 어땠나요?
처음에는 회사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적합한 엔지니어를 찾고 있었어요. 다양한 후보자들을 검토하던 중, 김동혁 님의 포트폴리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기술적인 능력은 물론, 프레젠테이션도 뛰어났고, 일본에서 일하고 싶다는 열정이 인상 깊었어요.
면접에서 보여준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매우 좋았어요. 언어가 완벽하진 않았지만, 상대방에게 이해시키려는 태도와 논리적인 설명 능력이 강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이 사람이라면 일본 팀과도 충분히 잘 어울릴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김동혁 님이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에요. 일본에서는 외국인을 채용할 때 비자 조건이 중요한데,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는 건 실무 경험과 능력도 갖췄다는 의미니까요.
결정적으로는, 그 열정과 태도, 그리고 일본에서 커리어를 쌓고 싶다는 진심이 느껴졌어요. 단순히 기술 스펙을 넘어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었습니다.
Q. 외국인을 채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외국인을 채용할 때는 우선 ‘이미 일본에 거주 중인 외국인’인지, 아니면 해외에서 새로 초청해야 하는 외국인인지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져요. 특히 후자의 경우, 비자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가 1차적인 조건이 될텐데요. 일본에서 외국인이 IT 엔지니어로 근무하려면, 아래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만족해야 해요.
IT 관련 전공으로 4년제 대학을 졸업했을 것
IT와 무관한 전공으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정보처리기사 등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을 것
IT 분야에서 10년 이상의 실무 경력을 가지고 있을 것
이 중에서 저는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보유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실무 능력을 검증하는 데 있어 가장 명확한 기준이 되니까요.
그 다음으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봅니다. 언어가 유창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요. 일본어 실력은 N2 정도면 이상적이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논리적 사고와 소통 의지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유연성과 협업 태도예요. 외국인 채용은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자세가 전제돼야 하거든요. 스펙만 보고 채용하는 건 위험할 수 있어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 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인가, 그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봅니다.
저도 지금까지 한국, 중국, 필리핀, 인도 등 다양한 국적의 엔지니어들과 함께 일해봤어요. 국적 자체가 기준이 되진 않지만, 한국인 개발자들은 평균적으로 책임감이 강하고 팀워크가 뛰어나다고 느꼈습니다.
Q. 신입 개발자가 일본 취업을 준비할 때 중요한 건 뭘까요?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이 있는지를 가장 먼저 볼 것 같아요. 이 자격증이 있으면 일본 취업 비자 요건도 충족할 수 있고, 또, 실무 능력을 어느 정도 증명해주는 지표이기도 하고요.
그 다음으로 중요한 건,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본 경험이에요. 단순히 자격증이나 스펙을 나열하기보다는, 작더라도 스스로 기획하고 설계해서 끝까지 완성해본 프로젝트가 훨씬 설득력 있어요.
높은 완성도를 위해서 클론 코딩 포트폴리오는 넣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요. 겉모습만 따라한 클론 코딩, 예를 들어 UI만 복제한 프로젝트는 점점 낮게 평가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는 요즘엔 단순 구현 능력보다, 전체 시스템을 바라보는 시각과 구조적 사고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어요.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는지, 그걸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는지, 그런 맥락이 담긴 포트폴리오가 훨씬 눈에 띄어요.
앞으로는 데이터 흐름, 클라우드 환경, 사용자 경험까지 고려한 설계 능력이 진짜 실력으로 여겨질 겁니다. 이건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최근 한 대학생이 발표한 사례가 기억에 남는데요. QR코드 기반의 포인트 적립 앱을 주제로 발표했어요. 단순히 화면 몇 개 구현한 게 아니라, 데이터베이스 설계부터 앱 구조, 흐름까지 정말 체계적으로 발표했어요. 기술 자체보다도,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나가는 과정 전체를 설계한 점이 인상적이었죠. 저희 팀에서도 “이 친구는 바로 실무 투입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예요.
일본어는 물론 잘하면 좋지만, 꼭 유창할 필요는 없어요. JLPT N2 정도면 충분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태도와 열린 소통의 자세입니다.
💫 결국,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가 가장 중요하거든요. 언어는 시간이 지나면 늘지만, 태도는 처음부터 보이니까요.
Q. 일본에서 외국인이 일할 때 어떤 점이 어려울까요?
스미다 : 가장 큰 어려움은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일하는 방식의 다름’이에요.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문제가 생기면 혼자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되도록 이른 시점에 팀이나 상사에게 상황을 공유하고 함께 방향을 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보고·연락·상담(報・連・相)’이라고 부르는 문화인데요, 이런 습관은 일본에선 매우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하지만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문제를 먼저 해결한 뒤에 보고하는 방식이 익숙할 수 있어서, 초반에는 의도치 않게 오해가 생기기도 합니다.
또 하나는 책임의 기준이에요. 일본은 각자의 역할이 굉장히 명확하게 나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자기 역할이 아닌 일에 함부로 개입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고, 반대로 역할 내에선 책임을 다하려는 태도가 강해요. 이런 부분은 처음엔 낯설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오히려 일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구조라고 생각해요.
동혁 : 저도 처음엔 ‘왜 이렇게 회의가 잦고 보고할 게 많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에서는 민첩(빨리빨리 문화)하고 융통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나중에 보고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작은 일이라도 공유하고 함께 의논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지금은 그런 방식 덕분에 팀워크가 더 좋아졌다고 느낍니다.
Q. 함께 일해보니 어땠나요? 김동혁 님은 어떤 분이었나요?
김동혁 님은 정말 유연한 분이에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항상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해요. 팀원들에게도 늘 맥락을 설명하려고 해요. 한국인인데도 일본인보다 더 ‘일본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느낀 적도 있어요. 겸손하면서도 자기주장이 분명하고, 회피하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무엇보다 김동혁 님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었어요. 같이 일하면 마음이 편하고, 믿고 맡길 수 있다는 느낌을 주는 분이죠. 덕분에 팀 전체의 분위기도 긍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어요.
Q. 두 분의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나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스미다 : 동혁님과는 자주 술 한잔 하며 일이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웃을 일도 많았고, 좋은 기억도 많지만,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함께 고생했던 순간들이네요.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건 한 택시 회사의 사내 시스템을 재구축했던 일이었습니다. 기존 시스템은 20년 이상 된 델파이 기반으로, 문서화가 거의 되어 있지 않았고, 초기 요구사항도 매우 불명확했습니다. 시간적 여유도 없었기 때문에, 프로젝트 초기에는 사실상 위기 상황에 가까웠습니다.
동혁 : 그때 스미다 상이 직접 클라이언트 미팅을 주도하며 상황을 수습해 주셨습니다. 단순히 사과하는 수준을 넘어, 요구사항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분명히 나누며 고객의 기대를 조율해 주셨죠. 내부적으로도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중심을 잡아주신 덕분에 팀이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저희는 시스템을 전면 재설계했고, 이전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확장성 있는 웹 기반 구조로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클라이언트도 결과에 매우 만족하셨고요. 스미다 님의 문제 해결 능력과 소통 능력이 이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끈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생각해요.
스미다 : 저 역시 그 프로젝트를 통해 동혁 씨에 대한 신뢰가 훨씬 깊어졌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책임감 있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스미다 : 동혁 씨는 저에게 정말 ‘친구’ 같은 존재예요. 국적이나 언어는 다르지만, 함께 일하면서 서로 많은 걸 배웠고, 위기 상황에서도 늘 침착하게 대응해줘서 참 든든했어요.
언제나 팀을 위해 조율하고, 책임감 있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자극을 받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지금처럼 믿고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동혁 : (웃음) 네? 친구요? 저는... 좋은 ‘아버지 같은 상사’라고 하겠습니다. 하하
일본에 가족이 없는 제게 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셨거든요. 언제나 믿고 일을 맡겨 주셨고, 어려운 순간에도 저를 존중해 주신 모습이 잊히지 않습니다. 처음 일본에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스미다 상과 함께여서 가능했던 시간들이 많았어요.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두 사람 사이엔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스미다님, 동혁님, 그리고 인프런의 카린과 사나가 함께하며 화상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인터뷰 내내, 두 사람은 여러 번 서로를 향해 웃었습니다.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그땐 진짜 고생했지~”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같은 농담이 오갔고, 말끝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자연스럽게 묻어났습니다. 스미다 님은 “함께 일해서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고, 김동혁 님도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 대화는 단순한 ‘상사와 부하직원’의 이야기를 넘어서 있었습니다. 우정이라는 단어가 결코 과하지 않았습니다.
국적도, 언어도, 문화도 달랐던 두 사람이지만,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쌓아올린 신뢰, 다름을 존중하려는 마음, 그리고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동료로서의 자세가 그들을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이 시대에,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경계를 넘어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지금.
이 인터뷰가 누군가에게 따뜻한 용기와 영감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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