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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교양] 수익률이 치솟을수록 내다 파는 이유

장용하

2026. 10. 02. 14:43

수정됨

백화점이 명품 가방을 반값에 내놓으면 문 앞에 긴 줄이 선다. 가격이 내려갈수록 사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목격하는 가장 단순한 법칙이다. 하지만 금융 시장의 거대한 채권 전장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진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5.3퍼센트를 돌파했다. 채권 가격이 역사적으로 유례없이 싸졌다는 뜻이다. 그런데 헐값에 넘겨지는 최고 등급의 자산 앞인데도 장내 매수석은 텅 비어 있다. 손님들이 줄을 서기는커녕 문을 걸어 잠그고 돌아선다. 시장에서는 이 기이한 풍경을 '매수자 파업(Buyers' Strike)'이라 부른다.

 

화상 입은 손은 다시 불길에 닿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종이를 금고에 채웠다가 파멸한 이들이 있다. 2023년 봄에 사라진 실리콘밸리은행이다. 그들은 부실한 투기 자산을 사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원금을 보증하는 국채를 매입했을 뿐이다.

비극은 단순한 산술에서 비롯되었다. 채권은 만기까지 버틸 때 정해진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는 약속이다. 시장 금리가 올라가면 예전에 발행된 낮은 이자의 채권은 매력을 잃고 가격이 내려간다. 그렇게 금리가 오르는 기간 동안 은행 장부의 채권 평가액은 소리 없이 녹아내렸다. 불안해진 고객들이 예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을 때, 은행은 만기까지 버틸 수 없었고 헐값이 된 국채를 눈물을 머금고 내다 팔아야 했다. 18억 달러의 손실이 실제 현실로 확정되는 순간 자본이 바닥났고 거대 은행은 48시간 만에 무너졌다.

이 참사를 똑똑히 지켜본 월가의 위험 관리자들은 깊은 흉터를 얻었다. 연 5.3퍼센트라는 이자는 달콤해 보인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금리가 6퍼센트로 더 오르면 채권 가격은 시소와 같아서 역으로 폭락한다. 시장은 이미 푼돈 이자를 쥐려다 원금이 잘려 나가는 고통을 기억한다. 화상을 입어본 생물은 불길 근처로 다시 손을 뻗지 않는다.

 

연준이라는 허상과 재무부라는 진짜 덤핑

대중은 종종 중앙은행을 무대 위의 유일한 악당으로 지목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양적 긴축에 의해 국채를 마구 내다 팔기 때문에 가격이 무너진다고 믿는다. 그러나 실제 장부를 확인하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연준은 2025년 12월 1일부로 대차대조표 축소를 공식 종료했다. 보유한 국채 중 만기가 돌아온 것은 해당 원금으로 다시 채권 시장에 재투자하며 이미 중립적인 위치로 물러섰다. 중앙은행의 매각 총구는 이미 차갑게 식어 있다는 말이다.

진짜 공급 폭탄은 미국 재무부에서 쏟아져 나온다. 미국 정부는 해마다 2조 달러에 달하는 빚을 내어 나라를 운영한다. 전쟁 비용과 사회보장비,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 비용을 메우기 위해 매주 수천억 달러의 새로운 국채를 찍어 시장에 밀어 넣는다. 공장을 돌려 물건을 쏟아내는 정부의 손길이 멈추지 않는다. 물건이 넘쳐나고 가격은 떨어진다. 단순하고 냉정한 물리학이다.

 

인센티브가 행동의 궤적을 그린다

가격은 가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매수자의 주머니 사정과 매도자의 다급함이 부딪히는 지점에서 결정된다.

지금 수조 원의 자금을 굴리는 기관의 책임자들을 움직이는 진짜 동기는 무엇인가. 장기 국채를 사서 몇 푼의 이자를 더 버는 것보다, 계좌에 평가손실을 내지 않고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훨씬 강력한 인센티브다. 금리의 천장이 어디인지 모르는 안개 속에서 장기 국채를 매수하는 것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칼날을 맨손으로 잡는 행위와 같다.

그들은 장기 국채를 외면하고 손실 위험이 0에 수렴하는 단기 현금성 자산에 돈을 숨긴다. 이자를 조금 덜 받더라도 밤에 편히 잠들 수 있는 선택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결국 시장에는 빚을 갚기 위해 채권을 끊임 없이 던져야만 하는 정부는 외로움 싸움을 하고 있고, 사줄 사람은 자리를 뜨고 있다. 수익률은 점점 좋아지는데 매수를 거부하는 이 서늘한 역설은 비이성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본능이 자본 시장의 배관과 맞물려 만들어낸 필연적인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