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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제조회사가 AI를 붙이기 전에 먼저 한 일: 회사의 기억을 밖으로 꺼내기

서현준

2026. 09. 02. 00:43

저는 울산에서 자연유래 헤어·두피케어 화장품을 소량 OEM/ODM으로 만드는 작은 제조회사를 운영합니다. 사람을 늘리는 대신 AI를 붙이기로 했고,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는 도구가 아니라 기억이었습니다.

AI가 아니라, 회사가 기억해야 합니다

처음엔 대화창 안에서 다 해결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대화가 길어지면 앞에서 확정한 내용이 흐려지고, 새 창을 열면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AI의 성능이 아니라 회사의 판단 기준이 문서가 아니라 대화에만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회사가 직접 들고 있어야 할 것을 네 가지로 나눴습니다.

1. Context — 지금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아직 가설인가

현재 상태와 제약, 검증 중인 가설을 담습니다. Context는 바뀔 수 있다는 걸 전제로 씁니다. "이 자동화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같은 문장이 여기 들어갑니다.

2. Decision — 무엇을 선택했고 왜 선택했는가

예를 들면 "고객에게 나가는 메일은 발송 전에 사람이 승인한다" 같은 것입니다. 단순 메모보다 강한 운영 기준이고, 바꾸려면 근거가 필요합니다.

3. Knowledge — 반복해서 쓸 수 있을 만큼 검증된 사실과 교훈

여기에 중요한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한 번 성공했다고 바로 표준으로 승격하지 않습니다. 운이 좋았던 것과 재현 가능한 것은 다릅니다.

4. SOP / Workflow — 그래서 어떻게 반복 실행하는가

Decision과 Knowledge를 실제 반복 행동으로 바꾸는 단계입니다.

이걸 왜 굳이 나눠야 하냐면

작은 회사에서 가장 자주 생기는 사고가 아이디어, 현재 상태, 결정, 검증된 지식이 한 문서에 섞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섞여 있으면 AI는 어제 떠오른 아이디어와 반년 전에 확정한 원칙을 같은 무게로 읽습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원칙 쪽을 덮어씁니다.

그래서 세 가지를 원칙으로 뒀습니다.

  • 대화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자동으로 회사 정책으로 만들지 않는다

  • 현재 상태가 바뀌었다고 과거 Decision을 조용히 덮어쓰지 않는다

  • 검증되지 않은 성공 사례를 전사 규칙으로 일반화하지 않는다

흐르는 방향은 한쪽입니다

Context → Decision → Execution → Evidence → Knowledge → SOP 개선

반대로 가지 않는 게 핵심입니다. 아이디어가 곧바로 SOP가 되면 회사는 빠르게 일하는 게 아니라 빠르게 흔들립니다. 아이디어의 속도와 시스템을 바꾸는 속도는 분리해야 합니다.

실제로 뭐가 달라졌나

작업을 시작할 때 AI에게 "알아서 해봐"라고 하지 않습니다. 대신 현재 목표, 관련 Context, 승인된 Decision, 지난번 인수인계를 먼저 복원시키고 시작합니다.

이것만으로 "예전에 그렇게 하기로 했잖아"를 다시 설명하는 일이 크게 줄었습니다. 도구를 바꾸는 것보다 이 네 칸을 나누는 게 먼저였습니다.

전체 방법론과 공개용 예시 문서는 아래 저장소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내부 원본이 아니라 일반화·비식별화한 공개 파생본입니다.

github.com/ajseo-gp/gp-company-os-publ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