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대기 중에 봤던 거야.

신호 대기 중에 봤던 거야.
아침 일찍 출근길이었는데,
신호가 걸려서 대기하고 있었어.
그때 옆에 얼집 통학 버스를 기다리는
부자(父子)가 보이는거야.
아빠는 스마트폰 보고 있고,
아들은 그냥 옆에 멀뚱멀뚱 서 있더라고.
신호 대기가 한 2분?
진짜 그 2분 동안 아빠가 단 한 번도 폰에서 눈을 안 뗐어.
근데 그게 왜 그렇게 안타까웠냐면.
저 아빠, 아이를 버스에 태워 보내고 출근하겠지.
그리고 퇴근하면 빨라야 저녁 7시 반, 8시야.
엄마도 맞벌이면 비슷할 거고.
솔직히 말하면
아들이랑 신나게 잘 놀아주는 엄마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잖아.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러면 결국 아빠가 그나마 접점이 있어야 하는데,
그 접점이 등원 길 10분~15분이야.
아이 입장에서는 오늘 하루 중
아빠랑 가장 가까이 있는 시간인 거지.
물론 아빠도 힘들겠지.
출근 전에 피곤하고,
머릿속엔 오늘 해야 할 일들이 가득하고.
스마트폰으로 뭔가 확인해야 할 것도 있을 거야.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해.
근데 한번 생각해보자는 거야.
버스 태워 보내고나면
어차피 폰 볼 수 있잖아.
그 5분, 그 10분만큼은
폰을 주머니에 넣어두는 거야.
그리고 그냥 아무 얘기나 하는 거지.
"저 차 빨간색이다",
"오늘 날씨 좀 쌀쌀하네",
"아빠 오늘 회사에서 중요한 거 발표하는 날이야"
이런 거 말해주는 거야.
그럼 아이도 반응해.
"발표가 뭐야?" 이렇게 물어보거든.
그러다 보면 대화가 흘러가.
반대로 아이한테도 물어볼 수 있잖아.
"어제 어린이집에서 점심 반찬 뭐 먹었어?"
하원 때는 같이 못 있으니까,
그 짧은 등원 시간이 거의 유일한 타이밍이야.
그리고 퇴근하면?
솔직히 소파에 누워서 폰 보거나 TV 보겠지.
아이는 그런 아빠 모습 보면서 자라는 거고.
외식 나가서도 아빠가 폰 보는 그 모습,
아이 눈에 다 들어오더라고.
얼집이나 유치원 왜 보내냐고 물으면,
머릿속으로는
"아이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말하겠지.
근데 현실은 그냥 맞벌이라서
맡길 데가 없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잖아.
그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야.
다 그렇게 살거든.
근데 그렇다면 더더욱,
함께 있는 그 짧은 시간이 중요하지 않겠어.


하나만 해봤으면 좋겠어.
스마트폰 음성 녹음 앱 켜고,
집에서 나와서 버스 태우고
돌아올 때까지 녹음해봐.
그 시간 동안 두 사람이 나눈 대화가
얼마나 되는지.
아마 깜짝 놀랄 거야.
반대로 대화가 많았다면?
그걸 AI로 텍스트화해서 모아두는 거야.
1년 치 쌓이면 진짜 어마어마한
부자(父子) 데이터가 될 거거든.
아이가 어떤 말을 자주 했는지,
어떤 걸 궁금해했는지 전부 남는 거야.
어느 순간부터 나도
이동하는 시간에 폰 보는 거 줄이게 됐어.
이유는 딱 하나야.
그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걸 담을 수 있더라고.
통학 버스 기다리는 그 몇 분,
스마트폰은 잠깐 쉬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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