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역량"은 대체 뭘 말하는 걸까? ①
AI시대에 들어서면서 뉴스나 유튜브와 같은 매체들을 보면 늘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AI 역량은 이제 선택이 아닌, 살아남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 바로 그것이다. 이제 AI는 기술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게 되었고, 그 덕분에 이제는 AI가 기업에서 그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로 취급되는 것을 넘어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AI로 인력을 감축했다거나, AI로 인해 취업이 어려워졌다는 뉘앙스의 뉴스는 흔하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기업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은 AI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AI 역량이 필요하다고 약속이라고 한 것처럼 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나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AI 역량"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며, 그 역량에는 어떠한 능력이 포함되는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AI 역량은 그저 "도구를 잘 쓰는 것" 그 이상의 역량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도구를 잘 쓰는 것"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AI 역량의 일부로써 도움은 되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먼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AI 역량"의 기초는 ①AI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그 능력을 이해하고, 그중에서도 업무 절차에서 활용할 수 있을만한 능력이 무엇인지 생각을 확장하여 ②AI를 시스템의 일부로써 위임할 수 있는 영역, 사람과 AI과 협업할 수 있는 영역, 사람이 직접 개입해야 하는 영역이 어디인지를 확정 짓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자.
① "AI의 능력"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먼저다.
AI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전혀 모르면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AI로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 생각이 막히게 되므로 가장 먼저 요구되는 내용이다. 다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AI 모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는데, 그건 AI 엔지니어의 관점이지 우리가 실제로 갖추어야 하는 실무적인 관점에서의 AI 역량과는 거리가 멀다.
AI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이해하면 그 능력을 토대로 업무에서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생각이 열리게 된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먼저, AI는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글이라고 하는 것은 다양한 형태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생각의 연장선으로써 "마케팅 카피 작성하기", "업무 이메일 작성하기"와 같이 실무에서 사용할 수 있겠다는 것까지 도달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이를테면 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이자 AI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사업계획서 초안 작성"을 맡길 수 있으며,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소프트웨어 기획서 초안 작성"과 같은 식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조금 더 사례를 살펴보자. AI는 글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이해"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정확히는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능력이다. 여기서 "이해"라고 하는 것은 현상이나 글을 접했을 때 맥락을 이해하고 요약, 개선안 도출, 이를 토대로 다른 절차를 수행하거나 결론을 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실무에서는 "회의록 요약", "제품 기획서 요약 및 개선안 도출"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AI의 능력을 이해하면, 실무에서 적용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이 있을지 자연스럽게 생각이 확장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② AI 중심으로 파이프라인을 재설계하면 노동집약적인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이 글에서 논의하고자 하는 능력은, AI를 현행 시스템의 일부로 도입하여 AI 중심으로 파이프라인을 재구성하거나 설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AI에게 위임할 수 있는 영역은 어디인가?"를 명확하게 확정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실제로 AI를 업무에 도입했을 때, 성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다. 남들이 AI를 도입한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AI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지거나 비용만 증가하는 악효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AI를 도입하기에 앞서 현재 수행 중인 업무 절차를 바탕으로 AI를 도입할 수 있는 영역이 어느 부분인지 정리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내가 현재 마주하고 있는 문제나 수행하고 있는 업무를 직접 글로 작성하여 해당 글을 바탕으로 이 과정에서 "AI에게 위임할 수 있는 부분이 어디인가?"를 심층적으로 논의해 볼 수 있다. 단, 이는 "현재 당신이 수행하는 업무 절차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며 글로 정리할 수 있는 상태"를 가정으로 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곧 특정 분야의 도메인 전문가가 비전문가보다 AI를 더 잘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단한 예를 들어서, 뉴스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후보 주제 수집 → 주제 선정 → 자료 수집 → 초안 작성 → 수정 및 개선 → 최종 검토 → 공개]라는 파이프라인을 거친다고 가정해 본다면, AI에게 위임이 가능한 부분과 사람과 AI가 협업하는 부분, 사람이 직접 결정해야 하는 부분은 어디일까?
먼저 "후보 주제 수집"은 AI가 할 수 있다. "웹 검색" 기능이 있는 AI라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웹을 돌아다니며 현재 주요 현안이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빠르게 파악하여 사용자에게 보고할 수 있다. 그다음 "주제 선정"은 사람이 한다. 주제를 선정하기 위해 AI와 논의를 나눌 수는 있지만 이는 글의 실제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 만큼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통계 및 사례, 대량의 "자료 수집"은 AI에게 맡길 수 있다. 특히나 자료 수집 같은 경우에는 노동집약적이기 때문에 AI에게 맡기는 것이 더 적절하다. 예를 들어 이 글의 초입부에 있는 "실제로 AI로 인력을 감축했다거나, AI로 인해 취업이 어려워졌다는 뉘앙스의 뉴스"는 AI에게 가져오도록 할 수 있다.
AI는 글을 쓸 수 있으므로 "초안 작성"도 AI에게 지시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문체, 강조하고자 하는 키워드, 글의 구성 방식 등을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직결되는 내용이므로 생략한다. "수정 및 개선"은 사람과 AI가 함께 협업한다. AI가 작성한 초안을 바탕으로 마음에 안 드는 부분과 개선사항을 논의하여 글을 다듬는다.
"최종 검토"는 사람이 "해야만" 한다. 만약 AI에게 완전하게 의존하여 검토를 사람이 하지 않고 외부로 공개한다면,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책임에 대해서는 사람이 진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공개"는 AI가 하도록 할 수 있다. 사람이 글에 대해 최종 승인을 내리면 AI는 "외부 서비스와 연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글을 플랫폼에 게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처럼 AI에게 위임할 수 있는 영역과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파이프라인을 재구성하면 결론적으로는 생산성이 향상되고 비용도 크게 감소하게 된다. 결국 AI 역량이란, 단순하게 AI를 사용하는 능력이 아니라, “AI의 능력을 이해하고, 문제에 맞게 배치하며, 그 결과를 인간이 통제하는 능력”이다.
여기까지가 <"AI 역량"은 대체 뭘 말하는 걸까?>에 대한 첫 논의이며, AI 역량에 대해서는 아직 이야기하지 않은 것들도 있기 때문에 다음 글에서는 아직 이야기하지 않는 역량들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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