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들이 모여 나중에 큰 그림이 된다는 말을 믿어요 - 창천향로 이동욱 2편

점들이 모여 나중에 큰 그림이 된다는 말을 믿어요 - 창천향로 이동욱 2편

 

Q. 인프런 첫 강의, 왜 IntelliJ 인가요?

일단 IntelliJ 가 유튜브에서도 그렇고 한글로 된 자료가 많이 없다는 게 컸어요. 그리고 유데미에 비슷한 강의가 있는데 22만 원이거든요. 거기는 할인을 90%씩 하니까 실제로 들을 땐 2만 2천 원이지만. 스프링*은 한글 자료나 유튜브, 오프라인 강의도 많아요. 그리고 자바 스프링 인프런 무료 강의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무료 강의가 있으면 유료 강의는 잘 안 되겠다 싶었어요.

*스프링 프레임워크: 자바 플랫폼을 위한 오픈소스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

Java 개발 툴은 이클립스에서 점점 Intellij로 넘어가고 있어요. 그리고 운영하는 커뮤니티도 관련이 있으니 홍보하기도 편했어요. Intellij는 외국 사이트에서 평균적으로 3-4시간이면 만족도가 높았어요. 이 정도 퀄리티면 사람들이 만족하는구나, 첫 시작으로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찍어보니 오래 걸렸어요.

이동욱 님의 첫 강의 'IntelliJ를 시작하시는 분들을 위한 IntelliJ 가이드'

편집 후 나온 분량은 3시간이었어요. 찍으면서 공짜로 풀까? 고민도 했어요. 돈 받겠다고 하기가 부끄러웠어요. 퀄리티도 자신할 수 없었어요. 편집 기술이 없어서 재채기 같은 잡음들만 잘라냈거든요. 사람들이 돈을 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주변에서 이거 왜 유료로 올렸냐고 할 거 같기도 하고, 별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제작 진도는 느리고 퀄리티도 마음에 안 들어서. 하지만 공짜로 올려도 문제였어요. 왜냐면 그다음부터 다른 분들이 인프런 같은데 강의를 안 올릴 거 아니에요. 올려봤자 공짜면 누가 강의를 하겠어요.

예전에 굉장히 유명하신 분과 만나 스터디를 하고 밥을 먹은 적이 있어요. 그때 그분 말씀이 모회사에서 하는 150~200만원짜리 강의가 비싸다고 생각 안 한다고. 본인이었다면 4~500만 원이라도 자기보다 잘하는 사람의 노하우가 있다면 얻어올 거라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우리나라는 입시 교육은 비싼데 자기 경력에 관련된 교육은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다고. 그래서 공짜로 하지 않을 거라고. 그 이야기가 생각이 났어요.

무얼 하든 수익이 나야 잘하는 분들이 강의를 올리겠구나, 사실 재야의 고수들이 있잖아요. 숨어있는 고수분들이 돈이 되는 걸 알아야 강의를 만들 텐데 싶기도 하고요. 무료라면 그런 분들이 자기 시간 내서 만들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인프런의 모 지식공유자분이 4천만 원, 5천만 원 벌어가시는 게 사람들이 이거 괜찮겠다,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사례인 것 같아요.

 

Q. 비전공자신데, 어떤 지점에서 프로그래밍에 매력을 느끼셨나요?

전기전자공학과였어요. 이쪽은 프로그래밍은 거의 안 하고 전자회로나 통신공학에 집중했어요. 그런데 제가 색약이라 적색이랑 녹색을 구분을 못 해요. 전기전자공학에서 저항이라는 게 있어서 띠 색깔로 수치를 측정하고 회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색깔 구분을 못하니 제대로 꽂을 수가 없었어요. 구별이 안 되니까 몇 번 태워 먹기도 하고 전공이 크게 마음에 들지도 않았어요.

그러다 3학년 때 소프트웨어공학 수업을 들었어요. 성적은 별로였는데 이건 노트북만 있으면 할 수 있겠다 싶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확신이 없었으니까. 그땐 컴퓨터 공학 수업을 들으면 밑밥 깔아주는 역할이었거든요. 다 전공자이고 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으니까요.

중소기업도 못 들어가면 어떻게 하지? 비전공, 지방대에 학점도 별로인 사람을 어느 회사에서 뽑지? 생각했어요. 그러다 4학년 1학기 끝나고 휴학하고 서울로 갔어요. 그리고 10월부터 2월까지 국비교육을 들으면서 전자공학보다는 맞는다고 느꼈어요. 당시에 전자공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장학금도 한번 받았지만 이 이상은 못하겠다 싶었거든요.

4개월 중 마지막 두 달은 학원에서 잤어요. 명절에도 당일 빼고는 안 내려갔어요. 잘 데가 없으니까 책상에서 맨날 잤어요. 그래서 몸이 너무 안 좋아졌어요. 집중력도 떨어지고. 그래서 이럼 안 되겠다 싶다가도 밤 2시에 자고 아침 7시에 일어나서 학원 화장실에서 씻는 생활을 두 달 동안 했는데요. 그렇게 해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때 코딩 공부하고 같이 학원 다닌 사람 중에 스타트업을 만든 분이 있어요. 거기 일을 도와주면서 공부했어요. 책상이랑 전기도 있고 밥도 주니까 일하고 공부하고, 그렇게 3달 정도를 보내면서 개인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학교로 돌아가 다른 학생들은 졸업작품으로 로봇을 만드는데 저 혼자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전시했어요. 다행히 교수님이 받아주셔서 졸업하고 1년 뒤에 취업을 했어요. 그때부터 시작이었죠.

 

Q. 현재 관심 있는 기술 스택은 무엇인가요?

NOSQL 에 조금씩 관심을 두고 있어요. 지금 팀에서는 RDB를 쓰고 있지만 한계점에 도달했어요. 매월 메인 데이터가 수천만 건이 쌓이는데요. 내부 상세 데이터로 치면 더 많겠죠. 몇 달이면 1억 건씩 쌓여요. 그래서 기존 데이터베이스로는 한계가 있어요. RDB를 확장해서 쓸 건지 아니면 NOSQL로 갈 건지 고민하는데, NOSQL이 좀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그 기술을 회사에서 쓰진 않았어요. 회사 일정이나 개인 일정 때문에 밀리고 올해가 가기 전에 도입할 시기를 보려고요. 사실 선뜻 말하지 못해요. 본인이 쓰자고 해놓고 장애 난 걸 해결 못하면 안 되잖아요. 느린 거랑 못 고치는 건 큰 차이가 있잖아요. 이 기술은 잘하면 앞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만, 큰 문제가 생겼을 때 다루지 못할까 봐 무서워서 도입을 고민하고 있어요. 혼자 계속해봐야죠.

결국 내 서비스가 있어야 테스트해볼 수 있어서 개인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어요. NOSQL 공부도 하고, 얘를 어떻게 잘 쓸 수 있을까 궁리도 하고요. 자료가 많이 없더라고요. 튜토리얼은 많은데 깊은 지식은 아는 사람들끼리만 알고 찾기 어려워서 정보를 얻기가 힘들어요.

기존의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보다 상대적으로 더 자유로운 모델을 이용하는 데이터의 저장이나 검색을 제공하는 NoSQL.

 

Q. 2019년에 세운 실현 가능한 목표가 있나요?

제가 갈대 같아서 마음이 바뀌는 일이 많아요. 길을 가다가도 옆길로 빠질 때가 있잖아요. 물론 한길로 쭉 가도 좋지만, 옆길로 빠져서 도움이 됐던 경우도 많거든요.

예전에는 여러 계획들을 잡았어요. 점들이 모여서 나중에 큰 그림이 된다는 말을 믿는 편이에요. 올해 상반기에는 책을 집필하기로 계약을 맺었어요. 열혈 시리즈에는 스프링이 없거든요. 전에 연락해온 출판사는 매크로처럼 메일이 왔었는데 이 출판사는 정성이 담긴 메일을 주셨어요. 그래서 한번 뵈었는데 같이 책을 냈으면 좋겠다는 열망이 강하셨어요. 2018년 10월에 계약했고 이번 상반기에는 꼭 써보려고요.

 

Q. 인프런에서 다음 강의를 만든다면요?

상반기에 책 집필이 끝나면 기효(캡틴판교) 님이랑 같이 강의를 찍을 예정이에요. 기효님이 프론트엔드를 하시고 제가 백엔드를 하잖아요.

큰 회사는 백엔드와 프론트엔드가 나뉘어 있잖아요. 대기업에서는 클라이언트랑 백엔드랑 완전히 나뉘는데 두 분야가 왜 나뉘어있고 어떻게 같이 일하는지 궁금해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스프링부트를 하고 기효 님이 Vue.js를 맡아서 트위터 같은 서비스를 만드는데요. 백엔드와 프론트엔드가 어떻게 협업해서 두 개의 코드를 합치고 테스트하는지 이 사이클을 쭉 돌려보면 어떨까 생각해서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Q.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으신가요?

일일커밋을 2년 넘게 유지하고 있거든요? 계속해보고 싶어요. 30년 커밋이 있으면 재밌을 것 같아요. 제가 예전에 갑상선암에 걸렸었어요. 작년 3월에 수술해서 1주일간 입원했었거든요. 수술하면 못 움직이잖아요. 그래서 수술 전날 11시에 커밋하고 새벽 1시에 또 커밋하고 잤어요. 미리 커밋을 준비해놓고 버튼만 클릭하면 커밋이 되도록 준비해놨어요. 그렇게 입원해있는 동안에도 커밋을 했어요. 그걸 하고 나니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일일커밋 유지가 첫 번째 목표고요.

두 번째로 같이 일했던 회사 사람들이 모두 저를 인정해주면 좋겠어요. 다른 커뮤니티에서 인정해주는 것도 좋지만 같이 일은 하지 않았잖아요. 같이 일해본 사람들이 ‘저 사람 진짜 일 잘해’라고 얘기해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살짝 유명해졌으면 좋겠다? 하하 병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스스로 유명한지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이 ‘아! 저 사람이 그 사람이래’ 하는 거 있잖아요. (웃음) 블로그 시작할 때도 저 사람이 발표한다, 그럼 이름만으로 수십 명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겸손함을 유지한 채 유명해지면 좋겠어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Q. 부지런함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오나요.

제가 부지런했으면 대학교 성적이 그렇게 엉망이지는 않았을 거예요. 기본도 못했으니까. 제가 게임을 좋아해요. 예전에 리니지 할 때 하루에 15시간 정도 게임을 했는데 같은 몬스터만 잡았어요. 시간당 센 몬스터를 적게 잡을 때랑 약한 몬스터를 많이 잡을 때의 가성비를 따졌을 때 더 낫다고 생각해서 같은 것만 잡았어요. 15시간씩 한 달 동안 했었거든요. 그때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어요. 액션 게임도 아니고, 지겨운 게임이거든요. 클릭만 하고. 왜 그땐 같은 화면, 같은 캐릭터로 하루에 15시간씩 해도 안 질리고 재미있었지?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상했어요. 눈에 보여서 그런 거 같아요. 몬스터를 잡아서 벌어들이는 돈이 아주 작더라도 경험치가 늘어나는 게 눈에 보이잖아요.

내가 성장하는 게 보이면 결국 지루해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럼 현실에서 어떻게 성장하는 걸 눈으로 볼 수 있을까? 묻는다면 GitHub에 일일커밋 그래프가 있어서 커밋한 걸 확인할 수 있게 해줘요. 제 입장에서는 그게 게임이라고 생각했어요. 경험치 바를 채우듯 이 칸을 채운다.

블로그 방문자 수도 수치잖아요. 이걸 어떻게 성장시키지, 콘텐츠를 많이 공유시키지 생각했어요. 어찌 보면 일종의 게임이니까. 어떻게든 눈에 보이는 지표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지표가 있으면 덜 지루하거든요. 운동도 그냥 운동만 하면 재미없는데 인바디로 체지방 수치랑 몸무게가 줄어드는 게 보이면 더 열심히 해요. 무얼 하든 꾸준히 하려면 지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거 때문이지 않을까요.

눈에 보이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 보면, 성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와요.

 

Q. 번아웃이 오진 않나요. 온다면 어떻게 풀어내시나요?

SI 다닐 땐 번아웃 많이 왔어요. SI를 떠나고 싶은데 맨날 야근시키고 집은 신림역인데 전산실이 분당 야탑에 있었어요. 그래서 여기 갔다 저기 갔다 했어요. 아무리 시간을 내려 해도 어렵고, 체력은 계속 떨어지고 '이러다 탈출 못하는 건 아닌가? 계속 이렇게 야근하고 갑질 당하다가 끝나나?' 생각했어요.

탈출하고 나니 조금 덜한 거 같아요. 제가 원해서 탈출했고, 원하는 회사에 들어왔으니까 그래서 좀 덜해요. 그래도 전력 질주는 하지 않아요. 이 일은 일주일 전력 질주해서 끝내는 졸업작품 같은 게 아니라 30년, 40년을 바라봐야 하잖아요. 무리해서 일찍 일어나고 밤에 늦게 자고, 하루에 4-5시간씩 자는 생활은 나이 먹으니 못하겠더라고요. 수면 시간은 7시간을 유지하고 그 안에서 못하면 못 하는 대로, 만약 모자라다 싶으면 도시락 사 와서 점심시간에 모자란 부분을 채워요. 저녁 약속은 월화목금은 안 잡고 수요일만 잡아요. 그렇게 시간을 확보해요. 주변에는 하루에 5시간씩만 자면서 자기 서비스에 올인하는 분도, 개인 공부만 하는 분도 계시는데 그렇게 하면 탈진 비슷한 게 올 거 같아서 저는 80% 정도만 하자고 생각해요. 그래서 번아웃은 아직 없어요.

불안할 때도 있어요. 자기만의 무언가를 이룬 분은 결국 잠과 시간을 아껴 몰입한 분들인 것 같아요. 뭘 이루려면 저렇게 해야 하나 생각했었거든요. 저는 일단 이렇게 해보고 만약 효과가 없다면 다르게 해보려고요. 지금은 테스트 단계에요.

 

Q. 개발자로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있나요?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잘 모르겠어요. 소년만화의 주인공처럼 큰 이벤트를 계기로 각성한 게 아니라서요. 뿌듯했던 순간들이 차곡차곡 모여 계속 개발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첫 회사에서 퇴사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소속 팀장님도 아니셨던 연구소장님이 직접 파견지에 (하필 다리도 다치셔서 목발 짚고) 오셔서  왜 퇴사하는지, 남으면 어떤 게 좋은지 설득하셨는데요. 이렇게 붙잡아 주시는 분도 계시는구나, 그래도 나름 열심히 개발을 했구나, 생각했어요. 두 번째 회사에서도 본부 내 개발자 중 혼자 특진을 받고, 별도로 인센티브를 받기도 했어요. 이때도 열심히 하길 잘했다 싶었어요. 현재 회사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고, 누군가에게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는 얘기를 직접 듣기도 했어요. 그동안 보내온 시간을 보상받은 느낌이었어요. (웃음)

이외에도 뿌듯한 순간들은 많았어요. 같이 공부했던 동생들이 모두 취업했을 때, 프로그래밍 수업 중, 선생님이 칭찬해주셨을 때,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모르는 문제가 생겨 저를 찾아올 때. 이런 순간들 때문에 “내가 최고야” 는 아니지만, “재능이 없는 편은 아니구나”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못 한다고 생각하면 재미없어서 개발 일을 계속 못했을 수도 있어요. 뿌듯함을 주는 일들이 계속 생겨서 다행이에요.

 

Q. 주변 맛집을 알려주세요. (인프런 공식 질문, 개발자 그 동네 맛집이 궁금하다.)

회사 근처 잠실역 9번 출구에서 조금만 더 가면 홈플러스가 있어요. 거기 ‘이태리 어부’라는 가게가 있는데 고등어구이, 우럭탕, 회덮밥, 등등 메뉴들이 있어요. 저는 거의 월요일마다 가요. 맛있고 깔끔하게 잘 나와요. 이번에 회덮밥 드신 분도 맛있게 드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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