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을 버리고 사람을 대하는 법, 그 시작점.
1. 서른 두살이 되던 해, 전경련 최연소 강사로 최고경영자 조찬강연회에서 강의를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손학규 경기도지사와 함께 진행된 강연에는 대한민국 대기업, 중견기업 CEO 500분이 앉아 계셨습니다.
2. 시작은 한 최고경영자 매거진과의 인터뷰였습니다. 당시 저를 인터뷰한 기자님은 전경련을 출입하고 계셨고, 늘 조찬 강연을 보며 의문이 들었다고 합니다. 왜 새로운 생각을 가진 젊은 강사는 연단에 설 수 없을까?
3. 기자님은 섭외 담당자에게 4명의 젊은 전문가를 강사로 추천했고, 전 운이 좋게도 첫 번째 강사로 연단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보다는 몹시 큰 부담을 느꼈습니다. 해답은 공부였습니다.
4. 당시 제게 주어진 강의 주제는 “기업의 감성경영 전략”이었습니다. 교보문고로 달려가서 10권의 책을 구매하고, 한 달 동안 제 강의안을 보강하기 시작했습니다. 만들고, 연습하고, 고치고, 다시 연습하는 시간이었죠.
5. 강연 당일, 당시 제 여자친구였던 현재의 아내를 대동하고 아버지의 중고차를 몰고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 도착했습니다. 마치 비서와 자동차가 있는 경영자처럼 행동한 거죠. 아무튼 그렇게 제 강연은 시작되었습니다.
6. 강연을 어떻게 마쳤는지도 모르고 허둥지둥 아내와 함께 주차장으로 달려가서 차를 탔습니다. 수백 대가 넘는 대표분들의 차와 비교되는 것이 부끄러워 서둘러 도망치려 했던 겁니다. 지상으로 나와 정문을 지나려는데..
7. 젊은 노신사 한 분이 제 차를 막아섰습니다. 당시 조찬 강연회 회장이셨던 C그룹의 회장님이셨죠. 차에서 내려 인사를 드렸습니다. 회장님은 연사가 인사도 없이 사라지자 저를 찾다가 1층까지 몸소 내려오셨다고 했습니다.
🫵 강사님 어디를 그리 급히 가십니까?
🚀 네.. 그게... 제 차가 부끄러워서..
8. 회장님은 제 어깨를 강하게 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강의를 들어보니 생각이 훌륭한 사람이던데, 왜 그런 못난 생각을 하느냐며. “자동차의 가격이 아니라 타고 있는 사람의 가치가 훨씬 중요한 겁니다”라고 말이죠.
9. 아마 그날부터였을 겁니다, 사람을 대할 때 편향 없이 바라보는 훈련을 시작한 것이. 입고 있는 옷, 출신 학교, 타고 다니는 자동차, 살고 있는 집과 동네. 이런 선입견 없이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법을 깨닫게 됐죠.
10. 그리고 그날 강의를 들으셨던 세이프원 김승남 회장님께서 저와 와이프의 주례로 인연을 맺게 됩니다. 덕분에 종교가 달랐던 두 집안의 갈등을 무사히 극복하고 행복한 결혼식을 치를 수 있었죠. 10년 만에 본격적으로 강연을 다시 시작하며,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 이곳에 다짐을 남깁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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