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기반 스마트팩토리 - 사례들

이 글은 제가 NIA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 디지털서비스 이슈리포트 > 2025년 4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본 글 '2025년 AI 현황 보고서 리뷰'를 이곳 브런치에서도 공유합니다.


들어가며

 

지난 세 편의 글을 통해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의 한 축인 스마트팩토리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마주치는 문제들과, AI를 활용해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 노력 덕분에 많은 현장이 디지털 기반으로 변화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존재한다. 오히려 장비가 늘어나면서 관리 복잡도가 증가하거나, AI의 품질을 전문적으로 다룰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DX의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초 기준으로 인공지능을 도입한 기업 중 92%가 실패를 경험했으며, 그 중에서도 예측 정확도가 기대에 못 미쳐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가 전체의 48%에 달한다고 한다.

 

그림 1. 스마트공장 도입 기업의 애로사항(통계청)그림 1. 스마트공장 도입 기업의 애로사항(통계청)

 

각 현장마다 고유한 도메인과 다양한 상황이 존재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 운영 기업과 여러 AI 스타트업이 협업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필자가 함께하고 있는 인이지의 사례를 중심으로, 실제 현장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해결해온 문제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산업용 AI를 주로 다루는 인이지에서는 위의 그림 1에서 보이는 주요 애로사항, 특히 예측 정확도 향상과 현장 실효성 강화에 대한 경험을 축적해왔다. 물론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지만, 그간의 사례들이 타산지석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품질 측정과 불량품 판별

스마트팩토리 현장에서 가장 오래전부터 해결이 시도되어온 문제 중 하나는 완제품의 품질을 측정하고 불량품을 판별하는 일이다. 과거에는 작업자가 중간 또는 최종 결과물을 육안으로 판별하던 방식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고화질 카메라와 다양한 센서를 활용해 자동으로 합격/불합격을 구분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이미지 분류 분석에 특화된 합성곱 신경망(CNN) 기반의 딥러닝 모델을 주로 사용하며, 비교적 전통적인 지도 학습 방식이 적용된다. 예측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혼동 행렬(Confusion Matrix) 을 기반으로 특이도(Specificity), 민감도(Sensitivity), 정확률(Precision), 음성 예측도(NPV), 긍정 오류율(FPR), 부정 오류율(FNR), 정확도(Accuracy), F1 점수 등 다양한 지표를 사용하여 모델의 품질을 관리하고 평가한다.

그림 2. 혼동 행렬의 예그림 2. 혼동 행렬의 예

이러한 분류 방식은 스마트팩토리는 물론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되고 있지만, 실제 구현 단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여러 실무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 정확도에 대한 높은 요구: 불량품 발생 시 라인을 멈추는 등 큰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매우 높은 수준의 예측 정확도가 요구된다.  

  • 리소스 병목: 고화질 이미지 처리로 인해 네트워크나 스토리지에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  

  • 실시간 추론의 한계: 초당 수많은 제품을 판별해야 하는 경우, 연산 속도와 지연 시간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온디바이스 추론이 필요하지만 연산 자원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  

  • 불균형 데이터 문제: 불량품의 수가 극히 적을 경우, 전통적인 지도 학습 방식으로는 충분한 학습이 어려워진다.  

  • 데이터 증강(augment)의 한계: 불량 데이터를 임의로 증강해 학습에 활용하는 경우, 실제 불량과 차이가 발생해 오히려 모델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처럼 품질 측정 분야에서는 기술적 접근은 명확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다양한 제약과 상황적 문제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시계열 예측 (Time Series Forecasting)

제조 현장은 크게 연속 공정과 배치 공정으로 나뉜다. 연속 공정은 원료가 투입되면 24시간 내내 멈추지 않고 흐르며 최종 제품이 생산되는 방식으로, 마치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과 같다. 반면, 배치 공정은 빵을 한 판씩 굽는 것처럼 일정량의 제품을 한 번에 생산한 후 다음 공정을 준비하는 형태이다. 연속 공정은 대량 생산과 균일한 품질에 적합하며, 배치 공정은 다품종 소량 생산에 유리하다. 이 중에서도 연속 공정에서는 시계열 예측이 핵심 기술로 꼽힌다.

시계열 예측은 생산 효율성과 품질 관리의 핵심 요소로, 특히 24시간 중단 없이 운영되는 연속 공정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 설비 고장이나 품질 이상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시계열 분석을 통해 공정 변수의 패턴을 파악하고 미래의 동향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문제의 조기 감지  

  • 생산 파라미터 최적화  

  • 예측 기반 유지보수 계획 수립  

  • 에너지 및 탄소 소모 최소화  

예를 들어, 적정 온도에 도달하지 못한 소재는 이후 불량품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효율적인 온도 변화를 만들어 내며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탄소의 소모를 줄이는 등의 개선도 가능하다.

실무에서는 여러 예측 기법을 함께 비교·분석하고 조합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대표적인 시계열 예측 방법은 다음과 같다.  

  • ARIMA (Autoregressive Integrated Moving Average) : 자기 회귀 모델과 이동 평균 모델을 결합하여 시계열 데이터의 추세와 계절성을 분석하고 예측한다.  

  • 지수 평활법 (Exponential Smoothing) : 과거 데이터에 가중치를 두되, 최근 데이터에 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변형 모델이 존재한다.  

  • Prophet : 페이스북에서 개발한 라이브러리로, 결측치와 이상치에 강하며, 휴일 같은 특수 이벤트의 영향도 모델링할 수 있다.  

  • LSTM (Long Short-Term Memory), GRU (Gated Recurrent Unit) : 딥러닝 기반의 순환 신경망(RNN)으로, 복잡한 패턴과 장기 의존성 학습에 적합하다.  

 

시계열 예측은 단순히 주식 가격을 예측하는 것과 유사해 보일 수 있지만, 제조 현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고유한 난점이 추가된다:  

  • 민감도 차이 : 온도 1도의 차이라 해도, 30도에서와 1000도에서의 1도는 품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다르다.  

  • 원인-결과의 구분 : 예측에서는 시계열상 선행(원인)과 후행(결과)의 구분이 필수적이며, 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잘못된 제어가 이뤄질 수 있다.  

  • 학습 어려움 : 생산 전체를 중단할 정도의 이상치는 빈도 자체가 낮기 때문에, 데이터 기반으로 학습하기가 어렵다.  

  • 장기 주기성 반영의 한계 : 연간 주기성을 반영하려면 최소 1년 이상의 데이터가 필요하며, 이 또한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과제다.  

시계열 예측은 그 자체로도 복잡한 기술이지만, 제조 현장에서는 더욱 정교한 모델 설계와 현장 지식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단순한 수치 예측을 넘어, 공정 전반의 최적화를 위한 기반 기술로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설명 가능 인공지능 (eXplainable AI)

현장에서 인공지능은 예측, 가이던스 제공, 자동 제어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숙련된 운전원들의 결정을 보조하는 동시에 때로는 그들과 의사결정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왜 이런 판단을 내렸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하며, 이와 같은 요구에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설명 가능 인공지능(eXplainable AI, XAI)이다. 

XAI는 인공지능 모델이 어떤 근거로 특정 예측이나 판단을 내렸는지를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해주는 기술이다. 설명 가능 인공지능은 일반적으로 기존에 학습된 모델을 입력으로 받아, 그 판단 과정을 여러 기법을 통해 추가 분석하여 설명을 생성한다. 또는, AI가 추론을 수행할 때 동시에 설명도 함께 출력되도록 설계되기도 한다.

그림 3. 설명가능 인공지능의 개념그림 3. 설명가능 인공지능의 개념

예를 들어, 인이지에서 제공하는 이지 스튜디오에서는 온도 예측과 같은 시나리오에서, 최종 예측 결과에 어떤 입력 변수들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시각화하여 설명한다. 이를 통해 현장의 운전원은 단순한 예측값이 아니라, 그 판단의 근거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그림 4. 이지스튜디오의  설명 가능 인공지능 결과 예제그림 4. 이지스튜디오의  설명 가능 인공지능 결과 예제

현장에서는 이러한 설명 기능이 단순히 “이해를 돕는 도구”를 넘어서, 실제로 운전원들의 신뢰 확보와 결정 수용성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은 현장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사용자 경험 설계와 함께, 이를 위한 별도의 HMI(Human-Machine Interface) 및 응용 프로그램으로 구현되는 경우가 많다.

XAI는 단순히 기술적 설명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AI가 협력하기 위한 신뢰의 다리 역할을 하며, 스마트팩토리의 실효성과 활용성을 크게 높이는 중요한 기술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인이지의 실제 적용 사례

인공지능 스타트업 인이지는 다양한 산업 도메인에서 생산성(Productivity), 품질(Quality), 원가(Cost), 납기(Delivery) 등의 주요 지표를 중심으로 여러 적용 사례를 만들어 왔다. 각 도메인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인이지는 현장의 숙련된 운전원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문제를 정의하고, 그에 맞는 인공지능 솔루션을 함께 개발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현장의 실질적인 문제 해결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아래에는 인이지가 실제로 인공지능을 적용했던 철강, 시멘트, 정유 등의 산업 현장에서의 사례들을 소개한다.

그림 5. 철강-제강 공정 전기로의 생산성 개선 사례그림 5. 철강-제강 공정 전기로의 생산성 개선 사례

 

그림 6. 시멘트-소성로 공정 품질 개선 사례그림 6. 시멘트-소성로 공정 품질 개선 사례

 

그림 7. 정유-탈황공정의 품질 개선 사례그림 7. 정유-탈황공정의 품질 개선 사례

 

맺으며

기존 제조 현장은 이미 디지털 전환, 이른바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큰 변화를 겪어왔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문제들이 정의되고 있으며, 이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RE100과 같은 탄소 규제 대응, 다품종 배치 공정에서의 품질 유지, 인건비 조절이 핵심인 물류 운영, 그리고 원자재 가격 예측과 같은 과제들은 대표적인 예다. 이들 문제는 단순히 기술 적용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현장의 맥락을 반영한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을 활용한 도전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문제를 재정의하고, 보다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러한 시도들은 이제 기술의 가능성을 넘어, 현장의 실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중요한 과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도전들을 함께 고민하고 응원해야 할 때다.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채널톡 아이콘